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보면 아무리 외로운 한가위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즐겁고 기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김반장님 내외분도 내일 저녁이면 추석연휴를 떠나 토요일에나 귀대하신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 공백기간 영농업무도 쉬게 되고 우리 두 내외만 얼굴마주하며 보내야 할 판이니 어찌 오롭지 않으랴!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것이 오고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와인맛차 한잔씩을 대접하며 각 가정마다의 정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어보려고 했다.

갤러리에 올려진 현수막처럼 고향방문차 대야농장을 지나가는 분들에게 휴게실에서 잠시 머물며 인생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내가 평생사주를 보는데 1인 30만원의 복채를 받지만 이번 연휴기간에는 기회가 되고 원한다면 자녀교육으로 부터 가정사나 개인사에 걸쳐 두루 무료봉사를 할 생각이다.

힐링은 누가 가져다 주는게 아니다. 본인이 만들고 찾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 평생을 실향민으로 찾아갈 고향없이 외롭게 국제무대를 헤메였는데 농장도 있고 집사람도 옆에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즐거운 한가위가 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아들놈들은 향후 5년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때까지 금족령을 내렸기 때문에 오지 않을 것이며 와도 만나주지 않을 생각인 만큼 애비의 깊은 뜻을 헤아리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엄하고 분명한 애비의 모습을 지켜갈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대전 예술의 전당에 잠시 다녀와서는 연휴기간 휴게실에서 보낼 생각이다. 담궈놓은 와인이 다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음껏 퍼마실 수 있도록 할 참이다. 이럴때 인심쓰지 않고 언제 쓰겠는가? 이런것도 내가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므로 죽어서 후회없는 마무리를 지어가야 할 것이다.

웬만하면 농장무상증여에 너그럽게 대처해주고 싶은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인재가 나타나질 않는다. 12월에는 농고나 농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를 가져볼 생각이다. 사회에 때묻지 않은 순수한 청소년이 어쩌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한 마음을 색안경끼고 꿍꿍이 속으로 바라보면 순탁해져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법이니 믿음이 약한 사람들은 남의 순수한 마음을 사욕에 사로잡힌 음모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게 안타깝다.

진정으로 아무런 사심없이 나의 피땀으로 일군 농장을 진실한 농민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떠나고 싶다. 물론 나의 진심을 이해하고 열정을 다 쏟아부을 그런 인재가 나타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