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에 공사를 하려다 보니 여기저기 돈 들어갈데가 많다. 하다못해 장비와 자동차까지도 돈 달라고 입을 떡 벌리고 기다리는 중이다. 대부분 자동차 검사가 겨울에 집중되어 연신 검사장에 다녀와야 하고 기온이 떨어지니 밧데리조차 돈 타령을 한다. 5톤덤프차량은 120싸이즈 두개를 장착하는데 승용차보다 세배나 비싸게 지출된다.

아침엔 8시가 조금 지나야 업무개시가 되고 저녁엔 4시반만 되면 퇴근준비를 해야 하니 보이지 않는 인건비 낭비도 발생한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겨울에 모두 쉬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밀려있는 일을 뒤로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강행군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제부터 5톤트럭 밧데리가 소진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아 김천시내까지 구입하러 다녀와야 하는데 마침 전화를 하니까 기름값 조금만 보태주면 배달해주겠다고 한다.

김반장님 내외분은 어제저녁에 집안에 제사가 있어 다녀서 오늘 저녁에 귀가할 예정이다. 내일부터는 금년 마지막으로 세렉스 검사를 받고 파쇄기 기어가 파손되어 수리를 맡겼는데 다음주에는 공장에 가서 찾아와야 한다.

오늘 아침에 식초발효실에 들어가봤더니 일괄적으로 모두 저어줘야 하겠는데 할일이 많지 않은데도 시간이 없어 미적거리고 있다.

어언 계사년도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갑오년이 온다고 해서 뾰족한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해가 바뀌고 나면 새로운 희망은 있는 법이니 새로운 각오로 내년을 기원해야 할 것이다.

팔다리 허리가 무지하게 아프지만 긴장하며 사니까 아파도 움직여진다. 오늘부터는 치료기에 몸을 맡겨 맛사지를 하기로 했다. 조금만 힘쓰는 일에 무리하면 팔다리 쥐가 나서 밤잠을 설치기 일쑤지만 그래도 눕지 않고 견디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앞일은 모르지만 혹시라도 전신이 밤낮으로 아파서 괴로워지면 생을 포기할 각오도 되어있다. 괴롭게 살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생을 그야말로 한시도 놀지 않고 열심히 노력했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는데 내가 벌려놓은 일을 깨끗하게 마무리 짓는것이 나의 몫이기에 구차한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