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경영전반에 걸친 전략과 더불어 영농전술에 관해 연구라기 보다는 많은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갖었다. 영웅은 시대가 만들어 낸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우리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 다음엔 하늘의 뜻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므로 시운을 타지 못한 영웅도 수다하지만 생사의 기로에 방황하던 인물이 어느날 시운을 만나 역사를 빛내기도 했고, 천하를 호령하던 영웅도 시운을 만나지 못하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우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時來(시래)에 風送騰王閣(풍송등왕각)이오, 運退(운퇴)에 雷轟遷覆碑(뢰갱천복비)라 했다. 시운을 만난 사람은 일순간에 바람타고 왕각에 오르기도 하며, 시운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평생 정열을 쏟아 만들어 놓은 인생역작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는 계언이다.

사사로운 개인의 삶이라 할지라도 성패는 있는 법이요, 비록 하잘것 없는 농사라 해서 인간의 노력만으로 목표를 이루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수경선생의 수제자였던 제갈공명이 천하를 좌지우지할 신출귀몰한 전략 전술에 능했으나 시운을 만나지 못하여 종래는 뜻을 이루지 못했고, 초한시대의 장자방은 한번의 출진에 천하통일의 꿈을 실현했으니 누가 영웅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역사의 평가는 분명히 성패가 유별했던 것이다.

내 인생은 그다지 순탄하지 못했다. 3살에 8.15해방을 맞아 국토가 분단되므로 고향인 개성의 기반을 잃게 됐고, 8세에 6.25동란을 만나 실향과 피난민으로 숱한 고난을 겪어야 했으며, 내인생에 있어 암울했던 70년대엔 입산고행의 길을 걸어야 했으니 인생 40년간이 나라는 존재를 잃고 방황했던 과거가 있었다.

43세부터 세상에 나와 63세까지 20년간 시운을 만났다 할 수는 없지만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되어 인생의 가치를 찾게 되었으며, 64세에 드디어 미미하나마 개인의 뜻이 있는지라 귀농하여 지금에 이르도록 인생말년 20년을 영농에 몸담고 성패의 갈림길을 헤메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가 성공한 인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지만 성패를 자기뜻대로만 결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니 일컬어 하늘의 뜻이라 할 것이나 목표를 시운이 받쳐줄때 비로소 소망성취했다고 하지 않겠나 생각된다.

인생말년을 맞아 경영에 특단의 전략을 세워야 하고 영농에 있어서도 전술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자칫 인생역사가 어두운 그림자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것이기에 얼마남지 않은 생애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난명학은 당대 훌륭한 후계자가 있어 뜻을 이뤘다 할 수 있지만 영농후계자는 아직 인재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나의 뜻이 잘못된게 아닐 것이고 아직은 시운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귀농인생을 20년은 보내야 한다는 신명의 뜻이라면 아마도 84살까지는 농사꾼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보았다.

내 인생전반기 40년을 고난의 역사라고 한다면 인생후반 40년간은 희망의 역사로 써내려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기 위해 나이타령은 벗어버리고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정신으로 무장을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