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으로 온나라가 슬픔에 잠겨있는 현실이나 여왕의 계절은 변함이 없고 가정의 달임에는 틀림없다. 가정의 달이기에 더욱 가슴아프지만 사자와 생자는 백지한장 차이니 어쩌겠는가? 떠난 사람의 명복을 빌어줄 뿐 누가 생명을 대신해주지는 못하는 법.

하여간 블루베리 꽃은 만발했고, 대지는 푸르름을 잔뜩 머금고 진달래 개나리 벚꽃은 다 떨어져 녹음을 준비하고 있다. 한 낮에는 더위를 느낄 만큼 초여름의 열기가 벌써부터 달려오는 모양이다.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아 여타농민들은 병충해로 걱정이 태산이고, 우리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풀베기 걱정이 태간같다.

오늘부터 묘목분갈이 작업이 시작됐다. 김반장님과 장씨 두분이서 부지런히 묘목을 실어나르고 부인들은 분갈이에 여념이 없다.

그렇게도 명랑하고 발랄하던 금비가 오늘 아침에는 다리를 절며 몸이 무척이나 불편한것 같아 가슴이 쓰리다. 집 사람은 혹시라도 금비가 죽을까 걱정이 되어 죽기전에 가서 보라며 귀뜸을 해준다.

4월 28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블루베리를 발효시키기 위해 항아리 27개에 가득 담아서 발효실에 배치했다. 어제 저녁엔 기온이 낮아지므로 히팅을 해주었더니 벌써 바실러스 균이 자라는것 같은 모양을 한다. 이번에는 온도를 높여주어 약 50일만에 발효가 완료될 수 있도록 연구할 방침이다.

대체로 자연온도에서는 75일~80일이면 발효가 다 이뤄지지만 온도가 조금 높아지면 한달은 앞당겨지지 않겠나 싶은 생각에 세심하게 관찰하여 미생물이 자라는데로 카이스트에 가서 미생물 검사를 자주 해볼 계획이다. 가급적 천연발효지만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소량일때는 상관이 없지만 대량가공을 할 때는 한달간만 앞당길 수 있어도 인건비 지출이 크게 줄어든다.

젊어서 같으면 여왕의 계절이니 장미의 계절이니 가정의 달이니 하며 여행준비도 하고 선물 준비도 하겠지만 이젠 늙어빠져서 아무런 감각이 없지만 그래도 계절은 계절이니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