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광은 숙성실로 아주 훌륭하다는 자체평가였다. 폭염에도 토광에만 들어가면 시원한 것이 아주 자연스런 지하온도를 유지할것 같은데 오뉴월 복중에는 아무래도 조금은 온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추운 겨울에도 평균지하온도보다는 조금 낮을 것으로 보이나 대체로 무난하다는 생각이다.

숙성실은 토광으로 만족스럽지만 발효실은 대기온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 겨울철에는 여름의 온도를 견지해야 하기 때문에 돌맹이로 석광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겨울철에 난방수단으로는 구들방을 만들어 장작을 때면 아주 훌륭하리라는 판단이다.

발효를 시킬 때는 보편적으로 섭씨 25도가 넘어야 하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는 자연발효가 가능하지만 온도가 내려가는 가을부터 겨울철에는 난방이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

토광은 약 70평으로 거대하지만 석광은 발효만 시키고 사용할 일이 없을때는 찜질방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므로 그다지 커야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되어 약 15평~20평 규모로 만들까 한다.

그래서 어제부터 돌맹이를 현장에 실어나르기 시작했다. 토광지을때 지하에서 무진장 발굴된 돌맹이가 수십트럭이나 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광내부는 구들방에 황토로 미장을 하고 외벽은 돌담집으로 자연미를 최대한 살릴 예산이다.

자금이야 좀 투자되겠지만 농장에 꼭 필요한 시설이기에 늦어도 수확이 끝난 시점부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북 영동에 있는 석공한테 연락해서 한가할 때 방문하여 견적을 내주겠다고 했다.

어제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더니 이곳에는 약 5mm미만으로 그치고 말았다. 한낮에 햇살이 퍼지니까 잡초고 작물이고 모두가 수분부족으로 고개를 떨구어 하는 수 없이 스프링쿨러를 가동시켰다. 밤새도록 물을 주어도 땅에 스며들어 고랑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한방울도 보이질 않으니 대지가 얼마나 메말랐는가 짐작이 갈만하다.

나무의 상태를 관찰해봤더니 뿌리가 1m이상 내려간 식물들은 그런데로 가뭄을 견디고 있었지만 40~50cm정도 내려간 식물들은 한결같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쑥이란 놈은 뿌리가 굵고 강해서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기 때문에 별로 한해를 입지 않는데 달맞이꽃은 대궁이 굵고 뿌리도 굵지만 깊이 내리지 못해 순이 오그라들고, 기타 잔풀들은 가을잔디처럼 누렇게 떠버렸다.

정원에 심은 소나무도 한해를 입는것 같아 어제저녁때는 잎과 기둥에 충분히 물을 뿌려주었다. 이만큼 가뭄이 심각한 실정이다. 손발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할 일이 태산인데 일기때문에 더욱 분망하여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질 않는다. 지금이 새벽 2시 반이나 됐는데로 말똥말똥하니 내일 낮에 피곤해서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파우더도 만들어야 하고 발효실 관리도 해야 하는데 요즘엔 급수때문에 다른일은 전폐한 실정이다. 이제는 나이가 먹었는지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

이번주 일요일에는 젊은 여성후계자가 입주한다. 미모를 겸비한 재원인데 귀농에 큰 뜻이 있다며 장비기술도 배우고 남성이 하는 영농업무를 마다않고 수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상태여서 기대가 된다. 착실히 3년만 지난다면 자식을 대신해서 생각보다 큰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내 밑에서 3년만 견뎌낸다면 그사람은 어느곳엘 가더라도 반드시 성공할 재목이라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하여간 금년 겨울 눈이 쌓이고 나면 석광찜질방에 참나무 장작불 피워놓고 식초목욕 체험도 하며 춥지 않게 지낼 수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