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앞장서서 현장에 뛰어들어 지휘했다.

단 한번도 물러서지 않았으며 피하려 하지 않았다.

성패를 떠나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피로한 몸을 아낌없이 영농에 바쳤다.

그 결과 오늘날 대야농장이 이만큼 우뚝 솟을 수 있었으며 많은이들에게 훌륭한 농산물을 공급하게 됐으니 어찌 보람이 없다 하겠는가?

단지 아쉬움이라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한데 비해 제 값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상품성이야 좋던 나쁘던 관계치 않고 그저 값만 싸면 대드는 소비자를 대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그렇다고 10년세월을 오직 한길로 지켜온 나의 신념이 무너져서는 안되겠다는 각오는 하면서도 지금까지도 회의를 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화학비료주고 착색제와 비대제(성장호르몬)를 뿌려 적당히 값싼 농사를 지어 생산량을 늘리면 더욱 값싸게 많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때로는 원망스러울때도 없지않은게 솔직한 심경이다.

백명중 한명이라도 자연친화영농에 감탄하며 환희하는 모습에 위로를 받으며 의기를 꺽지 않고 버텨왔는데 마구잡이로 짖밟고 설치는 분들을 대할 때마다 분노에 앞서 자책감에 머리를 숙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영웅은 공치사를 하지 않는 법이다. 내가 나아가야할 길만 충실히 수행하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선인의 가르침을 모르지는 않으나 여러가지로 힘든일에 당도할 때마다 나약해지는 의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는가!